여유를 가져라

 참새는 왜 전깃줄에 앉아도 떨어지지 않는 걸까?
 물리학과 학생들에게 이런 재미있는 시험 문제를 낸 선생님이 있었습니다. 그에 대한 답은 "참새는 신체적 구조가 균형 잡혀 있기 때문이다"라는 등의, 물리를 전공하는 학생다운 것이 대부분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중에 재미있는 대답이 하나 있었습니다.
 "참새는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것입니다. 즉 참새는 날개가 있어서 언제라도 날아오를 수 있기 때문에 떨어질 염려가 없다, 그래서 오히려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매우 기발하면서도 존재의 본질을 꿰뚫어본 현명한 답변입니다.
 그에 대한 우리 주변의 흔한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복도 바닥에 폭 10센티미터 정도의 선을 그어 놓고 그 위를 똑바로 걸어 봅시다. 이건 누구나 간단히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높이가 30센티미터인 평균대 위에 서면 다리가 후들후들 떨립니다. 1미터 정도의 높이 같으면 서 있기조차 힘이 듭니다.
 그런데 이 안에 재미있는 사실이 숨어 있습니다. 이들 모두가 발 딛는 공간은 폭이 10센티미터라는 점입니다. 복도 위를 걷는 것과 전혀 다를 게 없는 조건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평균대 위에서는 걸을 수가 없습니다.
 왜 이렇게 되는 걸까 생각해 보면, 복도는 폭 10센티미터 바로 옆 역시 전부 복도입니다. 결국 떨어질 염려가 없는 것이죠. 그래서 안심하고 똑바로 걸을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평균대는 주위가 허공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인식한 순간 걸을 수가 없게 됩니다. 이처럼 발 딛을 주위가 있다는 것이 '여유'일 것입니다.
 이것은 공부에도 적용됩니다. 10센티미터 양옆에 이어진 복도에 해당하는 것이 '교양' 혹은 '상식'이라고 불리는 것입니다. 분명히 이것들은 어떤 좁은 범위(평균대)의 일을 하기에는 불필요한 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몸이 후들거릴 때, 다시 말해 풀기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여유가 있느냐 없느냐(교양을 갖고 있느냐)는 문제 해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입시나 시합에서 생각처럼 실력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이런 것이 높이 솟은 평균대에 올라간 것과 마찬가지 상황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내가 합창 대회에서 지휘를 한다고 칩시다. 이 일은 내게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큰 압박이 됩니다. 유명한 음악가가 심사위원으로 와 있는데 음악적으로 잘못된 부분은 없는지, 잘못하면 학생들이 1년 동안 애쓴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는데, 관객들은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등, 잇달아 불길한 생각이 머리 속을 왔다갔다 합니다. 그런 생각에 빠져 있다 보면 저절로 몸이 떨립니다. 이 중압감과 싸우는 것은 너무나 힘겹습니다.
 하지만 일단 자신의 차례가 끝나면 다른 합창단의 노래는 재미있게 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객석의 사람들 역시 아무 일도 없는 듯이 편안히 듣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방금 전의 압박은 과도한 자의식 때문입니다. 남들은 다 재미있게 듣는데 자기만 긴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 관객과 같은 평온한 마음으로 연주할 수 있으면 좋겠지요. 그게 바로 '여유'라는 것입니다.
 마음속에 넓은 복도를 갖고 있으면 웬만한 일은 자신있게 해 나갈 수 있습니다.